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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REPORT

김창훈과 블랙 스톤스, 어색한 순수함과 매끄러운 노련함의 조화


6월 17일 오후 6시부터 홍대 근처의 하나투어 브이홀에서는 김창훈과 블랙 스톤스Black Stones의 0집 발매 기념 공연이 열렸습니다. 이후 31호 지면에 실릴 인터뷰에서 자세하게 다루겠지만, 김창훈과 블랙 스톤스는 지난해 발매된 김창훈님의 솔로앨범 [호접몽]에서 시작된 ‘나비효과’의 결과로 만들어진 밴드라고 하겠습니다. 밴드명은 김창훈님의 음악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산울림 음악이 태동된 ‘흑석동’에서 착안되었습니다. 0집 음반은 이미 산울림이나 김창훈님의 솔로앨범 그리고 김창완님과 김완선님의 음반에 담겼던 곡을 재해석한 곡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재해석, 그러니까 편곡을 담당한 건 현재 블랙 스톤스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는 유병열님입니다. 유병열님은 이미 윤도현 밴드 시절, 명반 [한국록 다시 부르기](1999)에서 탁월한 곡 해석을 보여준 바 있죠. 그 음반과 김창훈과 블랙 스톤스 0집의 차별성에 대한 이야기는 역시 31호에 준비 중인 인터뷰 내용 중에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공연은 예정시간인 6시를 조금 넘긴 6시 10분 쯤 시작됐습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솔로앨범과 이번 김창훈과 블랙 스톤스 0집 수록곡의 뮤직비디오가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는데, 관객들은 타이틀곡인 ‘황무지’가 나올 땐 밴드가 등장하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공연은 크게 2부로 나뉘어 진행됐습니다. 콜라보 무대를 꾸몄던 댄싱 퀸 김완선님의 ‘나 홀로 뜰 앞에서’와 게스트 뮤지션 김창완님의 순서로 1, 2부가 구분되었는데, 멤버들의 의상 차이 외에도 2부 순서에 더 강한 트랙들이 포진되었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또 김창훈님 같은 경우 1부 무대의 다소 경직되었던 모습이 2부에서 많이 자연스러워졌다는 변화(?)도 있었네요. ‘You Raise Me Up’을 비롯한 두 번의 연주 무대는 현재 블랙 스톤스의 연주력을 보여줌과 동시에 김창훈님께는 ‘한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줬겠죠?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날카로운 쇳소리를 가진 제로-지Zero-G의 김병삼님, 원Won의 손창현님은 산울림 시절 가장 날카롭고 로킹한 트랙들인 ‘황무지’와 ‘특급열차’에 초대되어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문화적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아무래도 이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산울림 시절부터 팬을 자처해온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관객들에게 선보인 본격 메탈릭 보컬리스트들의 모습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융화되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산울림의 음악이 국대 록음악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러한 위치를 ‘융화’라는 측면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이러한 융화의 중심에 있던 유병열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되겠죠? 그는 순수했던 산울림의 원본에 연주와 편곡의 노련함을 더해 조화로운 결과를 만들었고, 그러한 결과를 이번 무대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긴장해서인지 큐시트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김창훈님의 공연 진행에는 적잖이 당황했겠지만요~ ^^


요즘 음악에서 많이 멀어졌다고 하더라도 공연 레퍼토리의 반 이상을 꿸 수 있을 만큼 친숙한 레퍼토리가 주는 익숙함과 또 다른 편곡이 주는 놀라움, 충실하게 준비된 공연의 즐거움은 광주, 부산을 지나 다시 한 번 서울에서 이어진다고 하니, 공연을 놓친 분들은 달력을 꼼꼼히 체크해주시길~ 


SETLIST

1. Sounds Of Love

2. 오늘 밤

3. 초야

4. 회상

5. 연주곡

6. 화초

7. 나 홀로 뜰 앞에 (feat. 김완선)

8. 내가 갖고 싶은 건 / 김창완

9. 시간 / 김창완

10. 너의 의미 / 김창완

11. E 메이저를 치면 / 김창완

12. 황무지 (feat. 김병삼)

13. 나 어떡해

14. 독백

15. 어머니

16. 연주곡

17. 4월의 눈물

18. 특급열차 (feat. 손창현)

ENCORE

19. 행복이 보낸 편지

20. 산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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