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GUN SILVER FOX [AM Waves].. 1970년대 소프트 록의 황금기를 다시 한 번
Young Gun Silver Fox가 누구라고?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조합인 만큼 Young Gun Silver Fox의 구성원에 대해 먼저 언급하고 가야 할 것 같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영국 펑크(Funk) 밴드 Mamas Gun의 리더 Andy Platts, 그리고 국내 한정으로 그보다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채로운 이력을 가진 선배 뮤지션 Shawn Lee가 그들이다.
Andy Platts는 비단 Mamas Gun 활동뿐 아니라 존 박의 'Falling'과 박효신의 'Shine Your Light', 'Wonderland' 등의 작곡을 통해 국내에서도 입지가 제법 단단한 뮤지션이다. 얼핏 Young Gun Silver Fox 활동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이력을 나열하는 이유는 그가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아티스트임을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Andy Platts는 현재의 음악 팬들과 호흡하는, 지금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아티스트다.
한편 1963년생인 Shawn Lee는 솔로활동과 AM & Shawn Lee를 비롯한 수많은 사이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프로듀서, 게임 작곡가, 그리고 악기를 가리지 않는 멀티 연주자를 오가며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베테랑 뮤지션이다. 그룹 이름의 'Young Gun'은 젊은 'Mamas Gun', Andy Platts를 뜻하며, Silver Fox는 은발의 Shawn Lee를 뜻한다. 이렇게 보면 아리송하던 이 그룹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렇다. Young Gun Silver Fox는 두 뮤지션의 사이드 프로젝트이기도 하지만, 음악계 신구(新舊)를 잇는 컬래버레이션이기도 하다.
2015년 첫 앨범 [West End Cost]를 작업한 것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국내에 정식 소개된 적은 없지만, 앨범은 Steely Dan과 Chicago, Eagles와 Fleetwood Mac 등 1970년대에 전성기를 보낸 밴드들의 사운드를 연상하게 하는 고전적이고 따뜻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앨범이었다. 사운드도 사운드였지만 저물어가는 하늘 아래 야자수가 펼쳐진 재킷 이미지처럼 낭만이 깃든 편안한 선율 역시 일품이었다. 한 번의 사고로 그칠 줄 알았던 이 조합은 뜻밖에 2018년 다시 돌아왔다. 그것도 이렇게 전작을 뛰어넘는 정감 있는 사운드, 그리고 보다 후킹한 선율로 무장한 채 말이다.
넘실대는 1970년대 사운드의 향연
앞서 말했듯 앨범은 1970년대 소프트 록의 황금기, 그 때 그 시절을 그대로 관통한다. 첫 트랙 'Midnight In Richmond'의 후렴부분을 듣고 그 시절의 향취를 떠올리지 않기란 오히려 어렵다. "나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쳐본 적이 없는 코드를 쳤어요. 그러자 노래가 스스로 만들어졌죠." Shawn의 말을 들어보면 'Midnight In Richmond'는 꽤나 즉흥적으로, 그리고 직감을 믿고 만들어진 것 같다. 그럼에도 앨범에서 가장 고전적인 모멘트를 이 곡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은 놀랍다. 이는 과거의 음악에 조예가 깊은 Shawn의 음악적 에센스를 알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Midnight In Richmond'가 Shawn이 가진 과거 음악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트랙이라면, 'Lenny'와 'Take It or Leave It'은 이에 어우러지는 Andy의 송라이팅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매끈한 가성의 가창으로 얼핏 모타운 사운드처럼 들리기까지 하는 전자는 의외로 Andy가 Lenny Kravitz의 바에 있던 비현실적인 꿈이 영감이 되어 주었다고. 한편 후자는 펑키한 신시사이저가 곡을 이끄는 완벽한 '팝' 곡이다. 이 역시 반시간 만에 곡이 만들어졌다. "나는 (곡을 작업할 수 있는 영감 등) 모든 것을 갖고 있었고, 끝마쳤을 뿐이에요." Andy의 변이다.
'Underdog'에서 들리는 브라스 세션에서는 Chicago의 재즈록적인 영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으며, 'Mojo Rising'의 도입부를 장식하는 '드럼 후 베이스라인'과 그 질감에서는 Fleetwood Mac (정확히는 'Dreams') 의 영향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뿐이랴. 이름처럼 그루비한 펑크로 중무장한 'Kingston Boogie'에서는 Earth, Wind & Fire의 열기까지 느껴진다.
앨범의 이름이 [AM Waves]가 되는 데 단초를 제공한 'Caroline'은 1964년 설립되어 지금까지 운영 중인 동명의 영국 라디오 스테이션에서 영감을 받고 그에 대한 추억을 노래한다. "캐롤라인, 이제껏 당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었어요. 당신이 여전히 최고랍니다." 1970년대를 찬란히 빛냈던 그 때의 음악적 에센스를, Young Gun Silver Fox는 현 세대에서 콜라주하고 재창조하며 명확하게 1970년대에 향수를 가진 음악팬들의 취향을 정조준한다. 이것이 그들의 의도라면 그들의 타겟층인 음악 팬들에게 200% 어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AM Waves]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소개되어 '그 때 그 사람들'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의 귀에 전해지기를, 또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Young Gun Silver Fox의 음악과 이 앨범에 단초를 제공한 1970년대의 음악적 정수에까지도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이렇게나 멋진 음악이, 또 이 1970년대라는 매혹적인 음악세계가 결국 '그 때의 음악'으로만 남아버린다면 그것도 아쉬울 일이 아니겠는가. 이는 멤버들의 사이드 프로젝트인 Young Gun Silver Fox가 전작에 이어 또 한 번 활동을 이어가는 동기이기도 할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활동이 그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되었을 것임을, 그래서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음악 팬의 한 사람으로서 믿고, 또 기대해 보는 바다.
[+α] 추가적으로, 북미반에 보너스 트랙으로 담긴 'Long Way Back'이 국내반에도 담겨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보너스 트랙인 만큼 앨범의 전체 분위기와는 확연히 다른 블루지한 분위기가 눈에 띈다. 이들이 라디오 친화적인 소프트 록에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는 트랙이 아닐는지. 이런 끈적한 무드가 더 취향인 음악 팬들이라면 이들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방향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테니까. 순서는 다르지만 그들이 동경하는 선배 밴드, Fleetwood Mac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자료제공 = 세일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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