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4년 4월 6일 (토) 오후 6시
장소: 롤링홀
취재, 글, 사진 김성환
대한민국의 록 음악 신에서 피싱걸스(Fishingirls)의 위치는 꽤 독특하다. 단순히 여성 멤버들로만 구성된 ‘펑크 팝’ 록 밴드여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걸즈 록 밴드는 새롭게 탄생해 왔지만, 그 속에서 꽤 오랜 역사(최초 결성이 2011년이고, 첫 EP [꺼저꺼져 뿌잉뿌잉]을 발표한 것이 2013년이다.)를 이어가면서 단순히 해외 장르의 모방에 그치지 않고 젊고 ‘똘기’있는 개성을 담은 가사와 군더더기 없이 대중성도 겸비한 멜로디 라인, 그리고 흠잡을 데 없는 안정된 연주력이 더해져 빠르지는 않았더라도 꾸준한 음악적 성장을 해왔던 팀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들은 몇 장의 EP와 다수의 디지털 싱글을 통해 꾸준히 팬층을 늘려왔고, 이제는 신곡을 내면 인디 록 밴드임에도 케이-팝 아이돌 그룹들이 출연하는 지상파와 케이블TV ‘음방’에 함께 출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팀으로 대중성까지 인정받았다.
언제나 밴드의 중심을 확실히 잡는 팀의 보컬이자 음악적 리더 비엔나핑거, 2019년에 합류한 드러머 유유, 그리고 밴드의 대표곡 중 하나가 된 ‘낚시왕’이 수록되었던 전작 EP [Funiverse](2020)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팀을 떠난 양다양다를 대신해 공연에서 베이스 세션을 했던 송쁘띠로 라인업을 정비한 후 3년 만인 지난 3월 15일, 그들의 신보 EP [Visible World]가 공개되었고, 바쁜 음반 홍보 일정 속에서 지난 4월 6일, 신보 발매 공연 [Visible World: Raid]가 개최되었다. 이미 얼리버드 프로모션 티켓은 오픈 1주 만에 매진되었기에 공연장인 롤링홀에는 꽤 많은 인원이 스탠딩임에도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놀랍게도 그들의 무대를 보러 외국인들도 꽤 참석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홍대 지역에서의 그들의 공연을 클럽에서 우연히 보았거나 유튜브를 통해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 팬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번 피싱걸스의 공연은 중간에 게스트로 출연해 준 크라잉넛(Crying Nut)의 보컬리스트 박윤식의 무대를 기준으로 1부-2부 형태로 진행되었다. 신보의 첫 번째 트랙이자 작년에 먼저 디지털 싱글로 공개한 바 있는 곡인 ‘파괴왕’으로 문을 연 이들은 1부에는 이 곡과 신보의 수록곡들 사이에 그들의 과거 대표 싱글-‘Disco From Hell’,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등-을 영리하게 배치해 관중들의 열기를 끌어올렸다. 스탠딩 객석의 앞자리를 얼리버드로 차지한 팬들은 케이-팝 팬 못지않은 떼창과 환호로 밴드의 사기를 확실하게 북돋아 주었다. 입장시에 받은 티켓에는 공연의 제목 ‘레이드’(MMORPG게임 용어로 다수의 파티가 난이도 높은 보스/던전을 공격하는 전투를 의미함)가 의미하듯 각 관객에게 포지션을 지정했는데, 그에 따라 코로스 파트와 박수를 따라하게 하며 관객과 밴드가 한 팀이 되는 시간도 마련했다. 특히 1부 맨 마지막 곡이었던 신보 수록곡 ‘인생GCD’에서는 멤버들이 모두 다른 파트의 악기를 맡아 연주를 펼쳤는데, 연주에서야 원래 포지션보다 살짝 한계가 있었더라도 공연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기엔 충분했다.
한편, 크라잉넛의 박윤식이 오직 일렉트릭 기타 한 대만 들고 나와 심플한 펑크 보컬 무대를 펼친 후 진행된 2부에서는 미디움 템포의 록 발라드 ‘안녕엄마’와 신나는 펑키 하드록 ‘일초도 없단다’을 접속곡처럼 연주한 후,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그들의 대표적 업템포 트랙들로 쉴 새 없이 달려갔다(물론 잠시 멤버들의 틱톡 스타일 댄스 타임이 있기는 했지만...). ‘바밤바’, ‘오천주’ 등에 이어 마지막 앵콜곡인 ‘낚시왕’까지, 진정한 걸즈 하드록-펑크의 매력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멤버들의 에너지에 관객들은 끝까지 떼창과 열광으로 화답해 주었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눈에 띄었던 매력은 밴드의 음악적 리더 비엔나핑거의 에너제틱한 매력과 더불어 새 베이시스트 송쁘띠와 드러머 유유도 자신의 매력을 확실히 어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는 부분이었다. 연주력의 합 역시 탄탄했기에, 그간 여러 번 라인업 변화를 겪어야 했던 피싱걸스에게 현재 라인업은 가장 안정된 트리오의 모습을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부디 이번 신보와 이날 공연을 포함한 향후 라이브 활동을 통해 보다 많은 음악팬 확보에 이어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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