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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시점]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2019를 기대하며 (1)

2019년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Jeonju Ultimate Music Festival 이하 JUMF). 분명 타이틀은 ‘뮤직페스티벌’이지만, 이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록 팬들의 기대는 남다를 것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록페스티벌을 통해 록 팬들은 음반을 들으며 가슴 속에만 품고 있던 록 스타들을 직접 만나고 고출력 사운드에 몸을 맡기며 흥분했습니다. 하지만 복합적인 여러 일들로 2019년 현재까지 발표된 국내 대표 록페스티벌의 라인업은 어딘지 모르게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앞서 록 팬들의 기대가 남다르다고 한 건, 그러던 중에 발표된 JUMF의 라인업이 오히려 록페스티벌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여타 페스티벌들에 비해 더욱 강성의 뮤지션들로 정공법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파라노이드에서는 2017년과 2018년 JUMF를 취재했습니다. 기대되는 올해 라인업에 대해서는 다음 이야기에 계속하기로 하고 우선 2년 동안 취재하며 느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글, 사진 송명하


1. 더위와의 한판 전쟁


2017년과 2018년 페스티벌이 열린 동안 정말 더웠습니다. 아마 한 해 동안 가장 더웠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더웠습니다. 특히 2017년 JUMF가 열렸던 전주 종합 운동장은 이상하게도 운동장 밖과 운동장 안이 큰 차이가 있을 정도로 행사장 자체가 달아올랐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2017년엔 무대 위치를 잘못 잡아 바람의 유입이 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경기장이라는 공간이 ‘열섬’이 된 거죠. 거기에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중간에 햇볕에 익은 피부를 식히려 공연장 주변의 커피숍을 찾았지만, 같은 생각을 먼저 한 사람들로 자리는 물론 서있을 공간도 없었습니다. 다른 페스티벌과 비교할 때 무척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여기에 무대에서는 극적인 연출을 위해 화염을 쏴댔습니다. 해가 넘어가도 식지 않는 더위 탓에 취재가 힘들었던 기억이 지금까지 있습니다. 


낮, 불을 뿜는 메써드의 무대 JUMF 2017


밤, 역시 불을 뿜는 크래쉬의 무대 JUMF 2017



하지만 이러한 부분들은 2018년에 대부분 해소됐습니다. 더운 날씨 자체를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공연이 시작되기 전 운동장 잔디밭에 계속해서 물을 뿌려 경기장 내의 열기를 조금이라도 식힐 수 있었고, 중간 중간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에서도 연신 물줄기가 쏟아졌습니다. 극적 연출을 위한 ‘불쇼’는 물대포로 바뀌었고, 주변에는 그늘을 만드는 텐트가 설치됐습니다. 또 미스트가 분사되는 터널도 생겼습니다. 스태프들은 객석 근처에서 관객들의 안전을 살펴가며 직접 물을 뿌렸습니다. 여담이지만 JUMF의 스태프와 안전요원, 자원봉사자들은 무척 친절했습니다. 날씨가 덥고 습도가 높아 자칫 조그만 일에도 짜증을 내기 좋은 날씨였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첫째 날 휴대전화를 객석에서 잃어버렸는데, 주변의 자원봉사자와 안전요원에게 이야기해서 곧바로 상황실에 가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얼마나 가슴을 쓸어 내렸는지;;


공연 시작전 잔디밭 식히기 JUMF 2018


객석에서 돌아가는 스프링클러 JUMF 2018


워터파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엄청난 물이 쏟아졌던 블랙 신드롬의 무대 JUMF 2018


그늘을 만들어 준 텐트들 JUMF 2018


관객에 물을 주는(?) 스태프 JUMF 2018


미스트가 뿜어져 나오는 터널 JUMF 2018



2. LED 스크린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무대


2017년 중앙에 있던 무대 하나는 위치를 조정해 두 개의 무대로 바뀌었고, 바람의 길을 고려해 새롭게 자리 잡은 무대는 공연을 즐기기에 부담이 없었습니다. 2017년 무대는 마치 부산국제록페스티벌처럼 무대 중앙이 돌출된 ‘T’자형 설계여서 뮤지션과 관객간의 거리를 좁혔지만, 2018년 마치 쌍둥이처럼 만들어진 두 개의 무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는 데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록페스티벌’ 무대와 비교할 때 JUMF의 무대는 화려합니다. 피라미드처럼 혹은 육각형으로 설치된 구조물은 LED 스크린을 장착해서 조명으로, 또 스크린으로, 혹은 일정한 패턴이나 문자를 흘려보내며 무대에 화려함을 더했습니다. 주최측의 이야기로는 사전 준비 과정에서 록페스티벌과 EDM페스티벌을 벤치마킹하며 장점만을 섭취한 무대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밤뿐 아니라 낮에도 무척 효과적이었습니다.


중앙이 돌출된 2017년 무대 JUMF 2017


공연 시작 전, 쌍둥이처럼 설치된 2개의 무대 JUMF 2018


피라미드 구조의 2017년 무대 JUMF 2017


다채로운 스크린으로 화려한 효과를 낸 무대 JUMF 2018



3. 외지 관객을 위한 셔틀버스 운행


2년 동안 취재를 하며 셔틀버스의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2017년에는 무료, 그리고 2018년에는 1,0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은 주최측의 관객에 대한 배려를 다시 한 번 알 수 있게 합니다. 하지만 싸다 보니 지낸 해 신청만 하고 이용하지 않는 관객이 많아 올해는 부득이하게 가격이 인상되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주요 거점 도시에서 출발해 공연장까지 직접 운행하는 셔틀버스는 이것저것 동선을 따로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2018년 JUMF 취재는 3일 내내 셔틀버스를 이용해 출퇴근(?) 할 수 있어, 비용적인 면에서도 커다란 도움이 됐습니다. 다만 제가 사는 대전과 달리 서울에 도착하신 분들은 셔틀버스에서 내린 시간에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아 불편을 겪기도 했다는 뒷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셔틀버스가 아니고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했어도 마찬가지의 결과가 되었겠죠~


대전 코스트코 앞에 마련된 셔틀버스 승강장 JUMF 2018



4. 알차고 다양한 라인업


JUMF에서는 ‘뮤직페스티벌’이라는 이름답게 여러 음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여러 음악이란 단지 장르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소위 ‘가수’에서부터 홍대 신의 핫한 인디 뮤지션에 이르기까지 그 장르에 있어서도 적절한 라인업의 안배가 이루어진 건 분명합니다. JUMF는 여기에 더해서 지역적으로도 그 라인업의 영역을 확대시켰습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과메기, 아프리카, 버닝햅번, 스타피시 등 부산, 대구, 대전, 전주 등 각 지역에서 실력있는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고, 개최지역인 전주의 오디션을 통해 주목받은 밴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JUMF의 무대는 두 개지만 메인스테이지, 서브스테이지의 개념이 아니고 동일한 사이즈의 무대입니다. 따라서 앞서 이야기한 장르, 그리고 지역을 초월한 뮤지션들은 시작부터 마지막 뮤지션까지 똑 같은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게 됩니다. 실력은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조그만 클럽에서만 연주할 수 있는 뮤지션들이 더 큰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관객은 그런 뮤지션들을 보다 좋은 환경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크랙샷 JUMF 2018


버닝햅번 JUMF 2018


아프리카 JUMF 2018


메써드 JUMF 2018



다양한 장르라고 언급했지만, 타임테이블을 유심히 보면 JUMF의 성향은 분명 록에 조금 더 비중을 두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7년 밴드세트와 함께 공연했던 드림캐쳐의 무대는 JUMF가 아니었으면 보기 힘들었을 순간이었고, 꾸준하게 출석부에 도장을 찍고 있는 메써드, 크래쉬는 물론 국내 메탈의 터줏대감 블랙 신드롬, 메스그램, 크랙샷... 라인업만 보면 어느 록페스티벌보다도 더 강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뮤지션들이 JUMF의 무대를 거쳐 갔고 또 오를 계획입니다. 해외 라인업의 경우에도 화려하다고 보긴 힘들겠지만 독일, 그리스 등 실력과 실속을 갖춘 뮤지션들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고,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해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일본 밴드들 역시 빼놓을 수 없겠죠. 그리고 이 라인업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알차게 꾸려지고 있다는 점 역시 무척 고무적입니다.


윙킹아울 JUMF 2018


알마낙 JUMF 2018



대략적으로 파라노이드에서 2년 동안 취재한 JUMF에 대해 느낀 점을 자유롭게 써봤습니다. 지나치게 장점 위주로만 나열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건 올해 열릴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2017년 JUMF는 무언가 많이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지만, 지난해 그 부족한 부분이 많이 채워져 정식 페스티벌로 우뚝 서며 JUMF라는 이름을 각인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이어질 기사에서 올해 라인업, 특히 파라노이드의 시점에서 주목할 뮤지션들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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