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가는 멜로딕 데쓰메탈이 입증하는 통찰력과 지구력에 관한 보고”
일시: 2024년 10월 26일 토요일 오후 6시
장소: 홍대 웨스트브릿지 라이브 홀
취재, 글 허희필
나이트레이지(Nightrage)는 그리스산 멜로딕 데쓰메탈의 대표자다. 21세기가 시작하고 밴드의 지휘관인 기타리스트 마리오스 일리오폴로스(Marios Iliopoulos)가 중앙 마케도니아의 테살로니키(Thessaloniki)에서 출범시켜 24년을 활력 있게 달려왔다. 햇수로 3년에 걸친 데모 작업으로 초석을 다지고 2003년 정규 1집([Sweet Vengeance])을 발매한 이래 2024년 상반기에 발매된 10집 [Remains Of A Dead World]에 이르는 길은 우직하였다. 심연이 앨범의 배경이었던 2022년의 전작 [Abyss Rising]과 대응하는 ‘인간 내면의 깊이’라는 주제가 이목을 끌지만, 놀랍게도 신보는 그러한 주제 의식을 더욱 강건한 사운드 스케일로 확장하며 청자를 압도한다. 거기에는 자비 없고 끈덕진 스크리밍을 구사하는 밴드 헤르타(Herta)의 프론트맨 콘스탄티노스 토가스(Konstantinos Togas)의 합류가 한몫한 게 아닌지 싶다. 물론 작곡을 맡는 총괄자 마리오스와 기타리스트 매그누스 쇠데르만(Magnus Söderman)의 직렬적 리프와 멜로디가 그 바탕에 있다. 그리고 콘스탄티노스와 더불어 작사를 맡은 베이시스트 프란시스코 에스칼로나(Francisco Escalona)의 필력 역시 앨범의 짙은 맛에 일조한다.
나이트레이지는 이렇듯 튼튼한 음악적 성실성 하나로 신을 활성화시킨 주역이다. 밴드는 2012년 대전 클럽 라이브와 2019년 부산국제록페스티벌 참가로 한국과도 그 연이 얕지 않다. 이러한 우정이 다시 한번 발휘되듯, 나이트레이지는 지난 2024년 10월 신작 발매 투어의 과정으로 세 번째 내한하였으며 서울 홍대 앞 웨스트브릿지 라이브 홀에 당도하였다. 이는 메탈 레이블 유니온스틸이 매년 하반기에 기획하는 라이브 쇼인 헬라이드(HELLRIDE)의 헤드라이너로 섭외된 결과기도 하였다.
공연에 앞선 순간부터도 친숙하게 모습을 드러낸 나이트레이지는 모든 멤버들이 유쾌하고도 철저하였다. 그래서인지 밴드는 막간의 인터뷰와 리허설, 그리고 헬라이드의 결정적인 시간을 지배하는 본 무대에서 모두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지식으로만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듯 음원으로만 해갈할 수 없는 라이브의 특장점을 5년 만의 내한 공연에서 제대로 보여준 나이트레이지의 퍼포먼스는 유능하고 진정 어린 아티스트의 초상으로 기록할 만했다. 가령,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아일랜드에서 출생한 20세기 영국의 표현주의 화가)의 괴기한 추상화를 위시하여 예술에서 쓰이는 어둠의 소재로부터 영향을 받는다고 밝힌 프란시스코의 다운 피킹은 덤덤히 세트리스트를 지탱하였고, 무대 양면을 번갈아 가며 관객과 눈을 맞추는 와중에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리프와 솔로를 보여준 매그누스와 마리오스의 트윈 기타 콤비네이션은 웨스트브릿지를 남김없이 꽉 메웠다.
그런가 하면 BPM을 적시에 조정하며 크래시와 라이드 심벌의 경음에 중점을 둔 드러머 포티스 베나르도(Fotis "Benardo" Giannakopoulos)의 화력도 그 존재감을 명확히 하였다. 공연 중반부에서 속도전을 내듯 펼쳐 보인 드럼 솔로는 모로 보나 이 라이브의 골격이 어디에 있는지를 증빙하는 리듬 섹션이었다. 또한 콘스탄티노스의 보컬은 시종일관 관객을 무대로 빨아들이는 장력을 자랑하였다. 그건 마치 시퍼런 톱날처럼 기능하며 내한 전 일본에서의 라이브는 아무 영향도 주지 않은 듯 생생한 성대 근력을 표출하였다. 그것은 베테랑적 외관과는 달리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콘스탄티노스의 물리적인 혈기 역시 큰 보탬이 된다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였다. 사전 인터뷰에서 마리오스의 말마따나 새롭게 편성한 라인업은 가히 완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이번 내한은 관객 모두를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리는 공연이 될 거라던 의지는 확연히 들어맞았다.
신보의 서곡이기도 한 ‘Euphoria Within Chaos’로 시작하여 앙코르에 이르는 전 구간에 걸쳐 공세를 떨친 나이트레이지는 흐트러지지 않는 제스처 덕분에 어느새 자신들의 음악 자체와 투쟁하는 신들림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러면서 객석을 향해서는 끝없는 원형 슬램을 유도하며, 관객들과는 사운드라는 결계 가운데 투합하는 연대감을 만들어 냈다. 이런 무대는 관조자의 시선이 아닌 참여자의 몸짓을 만듦으로 인해 라이브 본연의 기운을 막힘없이 뿜어낸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말하자면, 나이트레이지의 웨스트브릿지 상륙은 2024년 한국에서 벌어진 ‘장르적 총력전’이었다 해도 과하지 않다. 모든 곡의 불씨가 걷히고, 콘스탄티노스와 프란시스코가 팬 메이드로 제작된 내한 기념 태극기를 동시에 들어 올리며 장대한 나이트레이지의 컴백 쇼는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공연이 마무리되고서는 다시금 친밀하고 든든한 웃음으로 필자와 관객들을 대하는 나이트레이지를 보며 이들에게는 결코 분산되지 않는 조화(調和)가 있다는 걸 즐겁게 새길 수 있었다. 밴드가 역설하는 모토이자 표어처럼, 삶은 혹독하지만 나이트레이지는 더 혹독하게(“Life is hard, but Nightrage is harder”) 삶과 세상에 맞서며 그 틈을 파고든다. 그것은 나이트레이지와 하나 되어 고단하고 용렬한 속세를 지속해서 뚫고 나가려는 이들의 감각 의지이기도 하다. 2024년 헬라이드는 나이트레이지의 귀환이 생동력을 아낌없이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은 라이브로 기억될 것이다.
Nightrage, 수작과 명그룹 사이에서 맥을 짚어 낸
오지 오스본 밴드의 기타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거스 지가 결성 초기부터 두 장의 앨범에 참여했던 그룹 나이트레이지(Nightrage)는 멜로딕 데쓰메틀을 대표하는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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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이드 통권 4호] NIGHTRAGE, 대전공연을 펼친 나이트레이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
지난 2012년 8월 26일. 대전 RS 홀에서는 그리스 출신으로 현재 스웨덴 예테보리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멜로딕 데스메탈 밴드 나이트레이지(Nightrage)의 공연이 열렸다. 서울이 아닌 대전에서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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