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고종석
비가 내린 후 볕이 내리쬐는 지방의 어느 카페였다. 얼음이 유독 많이 담긴 커피는 검붉은 색감 못잖게 텁텁했다. 후더운 바깥 공기와 다름없는 실내 온도는 서서히 짜증을 불러냈다. 음악과 거리가 먼 듯한 인테리어, 그럼에도 나지막하게 흐르는 음악은 저니(Journey)와 CCR, 케니 지(Kenny G)를 지나 낯익은 멜로디에 이르고 있었다. ‘Total Eclipse Of The Heart’였다. 노래방에서도 쉽게 부를 만큼 너무 많이 듣고 흥얼거리던 곡이다. 올라오던 짜증이 가득 찼기 때문일까. 음을 따라가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이 곡, 원곡이 아니다. 뭔가 다르다.”, “미트 로프(Meat Loaf)가 다른 가수와 듀엣으로 불렀나?” 조금 더 유심히 듣던 곡의 목소리는 조 카커(Joe Cocke)의 창법이나 스타일도 아니었다. “무명 가수들이 원곡을 커버한 ‘카페노래’ 류인가?” 그런데 원곡 고유의 품격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바탕을 이루는 연주가 왠지 헤비하고 프레이즈의 흐름마저 맹렬하다.
그날 이후 한참을 지나서 알게 되었다. 그 곡을 가창한 이들은 엑시트 에덴(Exit Eden)이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 엑시트 에덴에 대한 정보가 더해졌다. 이들은 팝 명곡에 달라붙어 자신들의 음악을 치장하는 파파라치같은 지향점을 지닌 이들이라는 점을. 레이디 가가(Lady Gaga), 리아나(Rihanna), 백스트리트 보이스(Backstreet Boys)와 숀텔(Shontelle), 더해서 마돈나(Madonna)와 디페시 모드(Depeche Mode)까지. “이들은 커버 전문 파파라치임에 분명하다.”고 정의 내렸다. 그럼에도 커버에 대한 촬영 실력이 무난하다. 심포닉메탈이라는 탈을 쓰고 이미 히트한 팝과 록의 명곡을 커버하는 밴드, 그럼에도 엑시트 에덴은 웅장하며 고풍스러운 기품과 심포닉메탈이 지녀야 할 여러 요소를 지닌 밴드였다.
※ 파라노이드 통권 38호 지면 기사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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