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38호 기사에 모두 싣지 못한 인터뷰 전문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다.
인터뷰 질문 작성 박국환, 정리 송명하
반갑다. 파라노이드 매거진이다.
반갑다. 엔들리스 케이브(Endless Cave)라는 예명으로 앨범을 발표한 기타리스트 이인규다.
앨범에서 블루지한 록과 존 에버크롬비(John Abercrombie), 스티브 칸(Steve Khan) 등이 떠오르는 실험적이고 우수에 찬 진취적인 연주를 이루는데 음악교육은 어떻게 받았는가.
중학생때 TV에서 본 백두산, 시나위, 부활의 연주에 감명을 받아 기타로 독학을 시작했다. 그후로 <파라노이드>와도 비슷한 매거진에 실린 해외 기타리스트의 인터뷰를 통해서 스케일 혹은 모드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겼다. 예를 들어서 “카를로스 산타나(Carlos Santana)의 음악은 도리언 모드를 즐겨 사용한다.”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서점에서 악보와 음악이론 서적을 구입해서 보는것을 즐거워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
음악적 영감을 준 뮤지션 또, 가장 영향 받은 음악과 연주자는 누구인가.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 프린스(Prince), 듀란 듀란(Duran Duran), 앨런 홀스워스(Allan Holdsworth), 빌 프리셀(Bill Frisell), 에릭 존슨(Eric Johnson), 워렌 쿠쿠룰로(Warren Cuccurullo), 잉베이 맘스틴(Yngwie Malmsteen), 조지 린치(George Lynch).
연주에서 딜레이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어떤 이펙트의 조화로 이루어진 사운드인가.
딜레이 사운드를 즐긴다. 딜레이의 다양한 종류를 경험했다. 예전에 비해서 덩치가 작은것들이 요즘의 추세지만, 역시 1980~90년대의 기종이 가장 즐겁다. 오래된 랙타입의 딜레이가 내 느낌에 좀 더 딜레이의 존재감이 느껴지는데, 이런소리가 기타를 치고있는 동안에도 계속 더 치고싶게 하는 기분을 가지게 한다. 주로 사용하는 기종은 YAMAHA D-1500 Delay, ROLAND SDE-3000A 이다.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파트에 대한 언급도 부탁한다(프로그래밍 장비 등).
데모를 만들때에 가장 직관적이고 단조로운 구조를 가진 DAW(Digital Audio Workstation)가 편하다. 아직 상용화 되지 않은 UAD사의 LUNA를 사용했다. 데모에서 나가 프로그래밍으로 만든 드럼과 베이스 등은 실제 녹음에서 연주자들의 개성에 의해서 모두 달라졌다.
앨범에 사용된 기자재(기타/앰프/이펙트 등) 소개를 부탁한다.
기타리스트의 첫 연주앨범이니 만큼 가지고 있는 모든 장비의 소리를 담고자 했다.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펜더 텔레캐스터, 쉑터 CET, 깁슨 레스폴 57 골드탑 리이슈, 스타인버거, 파커, 린디 플레린 픽업, 물론 픽업, 마샬 6100 앰프, 셀레션 그린백 25 스피커, 베드켓 클래식 앰 , 해플러 트리플 자이언트 프리앰프 , 솔다노 X88R 프리앰프, VHT2150 파워앰프. 이븐타이드 H3000 D/SE, 렉시콘 PCM70, 브리카스티 M7, 야마하 SPX-90, 야마하 D-1500, 롤랜드 SDE-3000A, 보스 DS-1, 보스 SD-1, 풀톤 소울밴더.
전반적으로 솔로에 쓰이는 스케일이 독특한데 주로 어떠한 스케일인가. 프로그레시브록을 재즈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곡의 코드진행에서 모드의 교체가 있기 때문에 멜로디를 연주해 나갈때도 그에 따른 음계의 변화가 있다. 날씨의 변화나 분위기의 변화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할때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템포와 레벨의 변화로도 연출이 될 수 있지만, 다양한 음계의 특성을 재료로 음악을 만들 수 도 있다. 이런 작법은 조 헨더슨(Joe Henderson)의 재즈와 밴드 예스(Yes)의 트레버 래빈(Trevor Rabin)의 음악으로 부터 내게 익숙해진 듯하다.
본작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음악 세계를 요약한다면.
엔들리스 케이브는 위의 기자재 소개에서 언급한 이븐타이드사의 이펙트 H3000의 프리셋 중 하나에서 따온 이름이다. 그 프리셋은 잔향의 길이가 끝이 없을것 같이 긴시간 동안 남는 리버브이다. 나의 음악이 모든이에게 끝없는 잔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나에게 벌어진 인상적인 장면과 어떤 날의 기분, 생각들을 음악에 담아서 공유하는것을 추구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훌륭한 기타 솔로의 기준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장면이 연상되는 소리. 무언지 모르지만 마음이 벅차오르게 하는 소리. 눈을 감아도 귀가 즐거운 소리.
평소 절친한 뮤지션이 있다면.
요즘 음악적 공부가 많이 되고있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트리뷰트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함께하고 있는 밴드 크럭스(Crux)의 멤버들과 친하다. 어릴적 우상밴드 사하라의 우정주, 그의 앨범에 게스트로 음악적 교류를 하기도 하는 로다운 30의 윤병주.
수록곡 곡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곡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
‘Spatial Light’. 라이브 공연을 여러번 함께한 멤버와 합주녹음으로 완성한 첫 번 째 발매작이기 때문이다(드러머 강대희, 베이시스트 임광균).
연주에서 딜레이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어떤 이펙트의 조화로 이루어진 사운드인가.
나 홀로 라이브 방식으로하는 기타 녹음과 합주녹음에서는 컴펙트 딜레이 Line6사의 DL-4를 연주 중 익스프레션 페달로 세팅 값에 변화를 주는 효과로, 기타 소스 다음 순서로 직렬로 사용했고, 동시에 야마하 D-1500 딜레이와 락트론 인텔리펙스의 긴 리버브를 뮤지콤 랩의 커스텀 라인믹서에 연결해서 병렬 공간계로 사용했다. ‘Spatial Light’, ‘Snowy Sunset’, ‘Cold Finger’, ‘Sea And Sky’, ‘Goodbye My Love’는 이것은 라이브와 동일한 장비 세팅으로 녹음한 것이다. 그 외의 곡(‘Rainy Season’, ‘Marine Boy’, ‘Wait’)은 가장 후기에 녹음 했으며, 기타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를 마이크로 딜레이와 리버브없이 드라이하게 받아서 믹스 과정에서 이펙트를 중첩시키는 방식으로 다양한 아웃보드를 사용했다.
‘Snowy Sunset’을 만든 과정과 솔로의 모티브는 무엇인가. 계산에 의한 것인가 아니면 즉흥적인 연주인가.
눈 내리는 어느날 해질 무렵 바깥 풍경이 동기가 됐다. 클래식 기타로 코드와 멜로디를 함께 연주하는 방법으로 시작했다. 시작이 쭉 부드럽게 이어져서 모든 형식이 기타 하나로 완성됐다. 이것을 보이스 메모로 녹음해서 당시의 멤버들에게 보냈다. 며칠 후 합주를 해서 트리오편성의 곡이 완성됐다. 여러번의 공연을 통해서 이곡을 접한 석기시대 레코드의 제작자인 전홍필님이 싱글 발매를 위한 제작을 제안했다. 합주 녹음으로 반주를 완성한 다음 솔로를 더빙했다(공연에서는 즉흥연주를 했다). 녹음에서 솔로의 모티브는 반주를 들으며 멜로디를 연상하는 방법이다. 기타를 치지 않고 머리속에서 멜로디를 그린 후 에 그 선율을 기타에 옮기는 방식으로 멜로디를 완성했다. 완성된 멜로디를 몇 번이고 연주 테크닉이 맘에 들때까지 반복해서 녹음했다.
함께 연주했던 뮤지션 중 가장 인상적인 기타리스트를 꼽는다면.
친한 연주자들을 이야기하는 질문이 아닌것으로 받아들이겠다. 앞으로 많은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할 기회를 얻도록 노력하겠다.
녹음, 공연할 때 자신만의 기타 톤 메이킹의 노하우가 있다면.
직접 연주하고 들어본 경험이 있는 소리가 음반에서 들린다. 그래서 가능하면 많은 악기들을 경험해 보고자 노력한다. 기타와 앰프, 그리고 이펙트들을 집에서 사용하는것과 동일하게 녹음실이나 공연장에 가지고 간다면 최상의 톤 메이킹이 된다.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변수를 감안해야한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타의 매력은 무엇인가.
기타와 앰프의 조합에서 나오는 클린 혹은 크런치, 하이 게인 톤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게다가 수 많은 이펙트와의 조합은 상상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다.
훌륭한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음악을 사랑하는 미련한 마음.
녹음할 때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여러가지 말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말 할 수 있는 장면을 하나만 이야기하겠다. 콘트롤 룸에서 녹음을 할 때의 일이다. 엔지니어와 연주자가 한 공간에 있는 상황이다. 녹음을 할 때 보통은 연주자가 헤드폰을 쓰고 연주를 한다. 그러나 나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큰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는 편이다. 내가 기타를 치는데 큰 음량에 놀란 엔지니어가 혼이 나간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귀를 위해서 헤드폰을 넘겨줬고, 그가 무척 고마워했다. 가끔 그때의 장면이 웃음짓게 한다.
기타 연습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능률적이며, 자신이 생각할 때 효율적인 연습 방법은 무엇인가.
악보를 보는것이 아닌, 곡을 외워서 시각을 자유롭게 두고 청각에 귀를 기울여 연주를 한다.노래 부를 수 있는 멜로디를 기타로 곧장 칠 수 있도록 연습하는것이 좋은 것 같다 .
곡을 만드는 자신만의 방법은.
일단 시작을 해야한다. 그 동기 부여가 거창해서 다작은 아니다.
최근에 인상 깊게 들었거나 영향받은 음악이 있다면.
1972년생인 나는 주로 1980~90년대의 팝과 록음악을 좋아했다. 10대 후반 음악을 시작하면서 부터도 지금까지 줄곧 그랬다. 이전에 불편했던 1960년대와 1970년대 음악이 지금은 다르게 들린다. 너무 근사하다. 집에서는 아바(ABBA)의 LP를 듣는 것이 가장 편하고, 기타를 칠때는 레드 제플린과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의 음악들이 감동하며 따라 치게 한다. 그리고, 에릭 존슨의 앨범 [Venus Isle](1996).
평소 즐겨듣는 음악이나 심취해 온 장르는 무엇인가 .
역시 프린스와 마이클 잭슨, 듀란 듀란의 모든 앨범을 꼽고 싶다. 재즈는 찰리 파커(Charlie Parker),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조 핸더슨, 잉베이 맘스틴의 앨범 [Rising Force](1984), [Marching Out](1985), [Odyssey](1988).
자신이 평가하는 기타의 명연주 5곡을 꼽는다면.
Since I’ve Been Loving You - Led Zeppelin
Devil Take The Hindmost – Allan Holdsworth
Man Of A Thousand Dances - Mr. Mister
I Can’t Look Away - Trevor Rabin
Crystal Ball - Yngwie J. Malmsteen’s Rising Force
기타리스트가 되려는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멋진 기타에 빠진것을 환영합니다. 화음의 매력에 좀 더 일찍 빠져보세요.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
음악과 함께 행복한 여러분들께 축하의 말씀 올립니다. 저의 무대에서도 만나게 될 날이 오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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