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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ISSUE/ISSUE NO. 38

FISHINGIRLS,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 세상에 대해 ‘FXXK YOU’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2011년에 처음 결성되고 2013년 6월에 공식 데뷔를 한 걸 펑크 트리오 피싱걸스(Fishingirls)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번의 멤버 교체라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꾸준히 ‘똥꼬발랄하고 비글비글한, 펑크락퀸’이라는 고유의 애티튜드를 지키면서 성장을 거듭해 왔다. 비엔나핑거(보컬/기타), 송쁘띠(베이스), 유유(드럼)의 현재 라인업으로 안정감을 되찾은 후 발표한 첫 작품이자 통산 3번째 EP인 [Visible World]를 발표하고 올해 4월 6일 앨범 발매 단독 공연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이들은 여전히 주말마다 전국을 누비며 공연 현장에서 음악 팬과 만나는 중이다. 5월 초, 인천광역시 부평구 클럽 락캠프에서의 펑크록 기획 공연에 참여하러 온 그들과 신보와 그들의 음악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38호 기사에 모두 싣지 못한 인터뷰 전문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다.

인터뷰, 정리 김성환

 

2020년 전주에서 첫 인터뷰를 한 후 4년 만이다. 얼마 전 신보 발매 기념 단독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각자의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유유 일단은 개인적으로 걱정이 너무 많았다. 우리 노래가 상당히 BPM이 높기에, 드러머로서 체력적인 이슈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잘 마무리돼서 너무 좋았고 끝나고 해방감이 더 커졌다. 그래서 일주일은 한 열심히 쉰 것 같다. 공연에 대한 주변 반응도 들으면서 지내고 있다. 지인들을 초대한 게 거의 처음이었는데, 그간엔 우리가 밴드로 활동하는 거에 관심 없었던 분들이 많았지만, 이번 공연을 보고 노래도 좋았고 무대가 재미있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비엔나핑거 공연이 끝나고 얼마 후, 그 공연에 왔던 우리 팬 한 분이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우리 밴드의 가장 열성적 팬이었던 분이었는데, 마지막으로 공연 때 얼굴을 보고 정말 며칠 후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래서 공연에 대한 그런 감정들이나 해방감, 안도감 같은 것이 몰려오기도 전에 그 일이 터져서 우리 셋 모두 조금 힘든 시간을 얼마 동안 보냈고, 한 3주 동안은 우리도 팬들도 굉장히 힘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후회스러운 거는 그때 더 좋은 거 보여드릴 걸 하는 후회스러움이 좀 많이 남아있다. 

송쁘띠 이 밴드에 가입한 후 초반에 거의 쭉 코로나-19 시기여서 이런 단독 공연이 이 팀에선 내게 처음이었다. “어떻게 하면 팬들의 마음을 약간 충족 시켜줄 수 있을까?”가 제일 큰 관심사여서 공연 준비하는 기간에 공연장에서 팬들 만나면 뭘 보고 싶냐고 물어보곤 했다.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는데 일단 팬분들은 많이 좋아해 주셨던 것 같다. 베이시스트를 떠나서 팬들하고 그거에 있어서는 열심히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끝나고 나니 좀 후련했다. 기회만 된다면 더 자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송쁘띠는 어떤 과정을 통해 함께하게 되었나. 

송쁘띠 원래 러블레스(Loveless)라는 팀에서 베이스를 치고 있었다. 팬데믹 시기에 러블레스가 한 1년 정도 쉬기로 얘기가 되고 있던 와중에 피싱걸스의 베이시스트가 탈퇴하게 되어 라이브 세션을 좀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세션 연주자로 처음 팀 활동에 참여했다. 그동안에는 소속 밴드의 곡만 연주했지만 세션을 하면서 (비엔나핑거) 언니가 만든 곡들을 제가 다 따야 했고, 코드 메이킹부터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 이 과정이 매우 좋았기에 결국 자연스럽게 피싱걸스의 멤버로 눌러앉게 되었다.

 

2020년 11월에 이제는 밴드의 대표곡이 된 ‘낚시왕’이 담긴 EP [Funiverse]를 발매한 후 4년 만에 새 EP [Visible World]가 공개되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디지털로 발표되었던 개별 싱글은 ‘파괴왕’을 제외하고는 담기지 않았다. [Funiverse]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 이번 EP에서 기존 별도 발매곡을 상당수 배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비엔나핑거 앞서 발매했던 싱글도 만약에 정규 앨범 사이즈로 음반을 만들었다면 들어갔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EP였기에 많은 곡이 들어갈 수 없었다. 애초에 EP를 기획할 때부터 ‘파괴왕’을 이 음반의 1번 트랙으로 설계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른 선 발매 곡을 넣기에는 좀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중에 정규 앨범을 내게 된다면, 그전에 냈던 싱글이 들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앨범의 소개 글을 읽고 나서, “록 스타를 향한 꿈과 이상, 그리고 힘든 현실과의 괴리”가 이 앨범의 전체적 콘셉트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래서 앨범의 제목을 [Visible World]라고 지은 것인가. 

비엔나핑거 사실은 대학생 때 철학을 전공했다. 그래서 한 번쯤 철학적 주제를 좀 녹여내고 싶었다. 사실 ‘Hipster Slave’라는 곡도 어떻게 보면 니체 철학과 가까운 내용이니까. 그래서 아예 EP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튜토리얼’이라는 노래를 타이틀로 생각을 해뒀다. ‘튜토리얼’이란 노래 자체는 ‘멀티버스’에 관련된 노래라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현실이 녹록지 않기에 뭔가 내가 지금 사는 세상 말고 또 다른 지구, 또는 다른 우주에서의 내 모습을 꿈꿔본 적이 있을 거다. 그래서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 세상, 이 ‘Visible World’에 대해 ‘Fuck You’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아, 나는 이런 물질세계는 됐어, 우리 이 세상 말고 진짜 어떤 이데아적인 세계가 있을 거야. 그 세계에서 우리 모두 록스타일거야!”라는 상상이라도 좀 해보면서 좀 스트레스를 풀고, 이 현실에서 조금 벗어나 보자는 마음을 앨범의 전체적 주제와 흐름에 반영했다. 

 

앨범에 담긴 5곡은 대체로 언제 작곡된 트랙들이며, 앨범 작업은 전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렸는가.

비엔나핑거 수록곡은 한 2년 전쯤부터 만들어져 있었다. ‘놀이터’와 ‘파괴왕’을 빼고 3곡은 미리 구상을 해뒀다. 다만 ‘Hipster Slave’는 여기 들어갈 곡은 아니었는데 마지막으로 3곡 안에 합류했고, 앞서 언급한 두 곡은 이 앨범을 위해 새로 구상해서 만든 노래다.

 

 

첫 곡 ‘파괴왕’은 선공개되었던 곡이지만, 앨범의 포문을 열기에는 딱 알맞은 트랙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사에서 등장하는 상황들이 매우 실감 나는데, 모두 비핑의 실제 일상에서의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인가.

비엔나핑거 일단은 ‘낚시왕’을 만들고 나서 장난으로 합주실에서 “왕 시리즈 또 만들 거야!”라고 하면서 “다음 노래는 ‘파괴왕’이다!”라고 농담하며 리프를 치며 연주하며 곡을 만들어 갔다. 근데 그 ‘파괴왕’을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고민에 가사를 선뜻 못 쓰고 있었다가 “우리 스타일대로 뭔가 진짜 파괴하고 싶은 것들, 우리가 살면서 되게 짜증 나는 순간들을 한번 파괴해 보자”라는 생각으로 파괴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목록을 정했다. 그다음에 친구들에게 어느 순간에 다 부숴버리고 싶은가에 대해 카톡으로 의견들을 물어봤고, 돌아오는 내용들을 좀 정리해서 가사로 만들었다. 

 

두 번째 트랙 ‘인생 GCD’에는 ‘무서운 스모키 화장 따윈 칠하지 않을 거야’ 등의 표현들과 가사지에 적히지 않은 맨 마지막 구절(“대한민국에 진짜 펑크가 어딨냐, 이 개XX들아!!”)까지 록 스타의 클리셰에 대해 센 비판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비엔나핑거 ‘인생 GCD’는 제목 그대로 코드가 G/C/D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 음악을 커버하는 동아리 밴드들이 많이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밑밥을 먼저 깔고 얘기하겠다. 우리가 항상 펑크밴드라고 얘기를 하지만 사람들은 “너희가 무슨 펑크야, 너희 펑크 아니잖아.”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사실 장르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음악이 펑크라고 하기에는 약간 복잡하고, 뭔가 정의하기가 되게 힘들지 않나. 오히려 뾰족 머리를 하고, 징을 달고, 과격하게 다니거나 아니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많이 취해서 뭔가 엉성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그래, 저게 펑크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래서 사실 그거에 대해서 왜 얘기를 하고 싶었다. 솔직히 그런 식으로 본다면 세상에 ‘진짜 펑크’란 게 어디에 있는 건가. 맨날 무정부주의 외치지만, 그래서 누가 무정부주의를 실제로 실천하고 사나. 어쨌든 이 나라에서 소위 ‘조선 펑크’라는 이름으로 다들 잘 살아남고 있지 않은가. 한 번쯤은 얘기해 보고 싶었던 메시지다.  물론 그런 펑크에 대해서도 모두 존중은 하는데, 그냥 우리를 존중하지 않는 펑크 마니아에 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가사지에 적지 못한 멘트는 원래 후보군이 되게 많았다. “‘P’랑 ‘F’의 차이도 구별 못 하면서 제발 ‘패션 펑크’ 소리 하지 마라!”같은 것도 있었고. 펑크가 어떻게 보면 이제 패션으로만 정착이 돼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한 번쯤 좀 꼬아서 얘기해 보고 싶었다. 사실 ‘펑크’라는 주제로 던질 수 있는 것들이 되게 많기에 우리가 좀 유쾌하게 좀 풀어보고 싶었다.

 

타이틀곡 ‘튜토리얼’은 역시 타이틀곡 답게 그래도 대중적이며 가벼운 멜로디 라인을 갖고 있다. 시행착오를 인정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잘 담겨 있다고 생각하는데, 멤버들 각자 만약 인생이 리셋되고 ‘튜토리얼’이 주어져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무엇을 바꿔놓고 싶은지 궁금하다. 

비엔나핑거 요즘 ‘회귀물’이 유행이기도 하고, 다들 자기 인생을 리셋해보고 싶은 생각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근데 나 같은 소시민은 다시 인생이 리셋이 되어서 다시 열심히 살아도 사실 대성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진짜 인생 역전할 방법이 주식밖에 없지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튜토리얼’은 록스타를 꿈꿔서 쓴 노래가 아니고 오히려 평범한 삶을 동경해서 쓴 거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요새는 ‘전형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되게 동경할 때가 있다. 지옥철 타고 출근하고 싶고, 따박따박 월급 받고 싶고, 주말마다 친구들 만나서 한 주의 회포를 푸는 삶을 꿈꾸기 때문에, 정말 공무원 같은 전형적인 삶을 살아보고 싶기도 하다. 

송쁘띠 우리가 이 곡을 홍보하려고 얼마 전, 홍대 거리에 나와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봤다. 홍대에서 저는 사실 그때 조금 충격을 받았던 게, 서양 쪽 친구들은 인생을 리셋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냐고 물어보니 “왜 그렇게 생각하지?”라고 반응하면서 애초에 질문 자체에 대한 파악을 못 하더라. “난 지금 내 인생 만족하는데, 왜 그래야 하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다들 어릴 때나 완전 아기 때,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고 싶다고 다양하게 말하는데, 그 친구들은 아예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다. 만약에 내게 그런 기회가 진짜 주어진다면, 엄마 아빠 바짓가랑이를 붙잡든, 어떤 노력을 해서든 뭔가 해외에 나가서 새로운 경험을 좀 많이 해서 그 친구들과 같은 태도를 갖고 싶다. 

유유 난 돌아가게 된다면 밴드의 프론트맨이 되고 싶다. 이번 단독 공연 때 우리가 ‘(연주)파트 바꾸기’를 했다. 드럼이라는 자리가 항상 뒤에 있지 않나. 그래서 그날 해보니 무대 앞에 있는 삶이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다시 어려져도 음악은 할 거 같지만, 프론트맨의 삶을 한번 ‘치트키’를 써서 해보고 싶다.

 

‘Hipster Slave’는 이번 EP에서 가장 하드한 곡이 아닌가 생각한다. 메시지도 꽤 직설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본인들은 사람들이 왜 ‘힙스터’가 되기를 갈망한다고 생각하나.

유유 그건 내가 잘 안다.

비엔나핑거 얘가 완전 ‘Hipster Slave’다(웃음).

유유 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망이 있고, 개인적으로 돌아보면 지방에서 올라왔기에 약간 도시에 대한, 도시 친구들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 인스타에도 올린 것처럼 (마침내 그곳에서 공연하게 됐지만) 과거엔 늘 유튜브에서 롤링홀을 보면서 동경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내게 결핍된 것들을 ‘힙한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힙스터’가 되고 싶지 않았나 생각한다. 

비엔나핑거 사실 이 노래로 우리가 ‘5월 창작 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근데 이 가요제의 출품작 심사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 ‘시대정신’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항상 ‘시대정신’이라고 하면 뭔가 좀 기성세대에 대한 투쟁이나 반항에서 항상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나. 그런데, “왜 반대로 생각을 못 하지?”라는 의문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풀어냈다. 그러니까 ‘시대정신’이라는 것은 기성세대에게만 던질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한테도 던질 수 있는 질문이 되어야 맞는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지금은 너도나도 사실 힙스터를 굉장히 갈망하고, 내가 다른 이들보다 되게 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 힙스터의 모습마저 다 아까 펑크 얘기처럼 다 정형화되어 있지 않나. 그래서 정형화된 ‘힙함’과 ‘펑크’에 대해 그건 진짜 힙한 게 아니라는 말을 던지고 싶었다. 물론 내 모습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어떻게든 힙한 것을 쫓아가려고 하니까. 남에게 보여지는 춤 말고 내가 진짜 내면에서 즐거울 수 있는 춤을 춰야 우리는 진짜 힙스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송쁘띠 사람들이 누구나 마음속에 가진 욕망 중 하나가 명예를 얻고 싶은 것,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싶은 것이라 생각한다. 어릴 때일수록 뭔가 내 주변 친구들보다 내가 조금 더 위에 있다는 기분을 얻고 싶어 하고, 요즘 시대에는 SNS에서 팔로워가 많은 사람, 요즘 트렌드에 해박한 사람이 ‘힙스터’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사람들처럼 되고 싶은 욕망이 샘솟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모두 ‘힙함’을 쫓게 되지 않나 생각한다. 

비엔나핑거 이렇게 말해놓고 보니 우리 대표곡 중 하나가 ‘좋아요를 눌러주세요’가 아닌가. 이런 모순된...(웃음).

 

(비엔나핑거에게) 이 곡을 비롯해 적어도 이번 앨범 속 기타 연주에서는 확실히 ‘펑크’라는 틀에서 벗어난 인상을 준다. 적어도 기타에선 블루스/하드록 등 다양한 클래식록 스타일의 연주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리프에서 블루스적인 요소도 이젠 어느 정도 소화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비엔나핑거 사실 내가 원래 정식으로 기타 연주를 교육받았던 사람도 아니라서 항상 기타 연주에 대한 큰 욕심도 없고 스스로 잘 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기타/보컬’이 아니고 ‘보컬/기타’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노브레인의 기타리스트인 보보(정민준) 선생님께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수련받았다. 한 2~3개월 정도 매주 교습을 받았는데, 다른 트레이닝보다 무대에서 욕심 안 부리고 더 간결하게 치는 방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 항상 앨범을 녹음할 때 뭔가 항상 부족한 것 같아서 소리를 자꾸 쌓고 또 쌓는 편인데, 그걸 오히려 제거하는 방법, 많이 덜어내는 방법을 중심으로 지도를 해 주셨다. 레슨 후에 이제는 확실히 연주가 편해졌다. 그리고 “아, 나는 굉장히 리듬을 잘 치는 사람이구나. 기본적인 파워코드를 굉장히 깔끔하게 쳐내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최소한의 것들은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음악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더 커지니까. 

  

(비엔나핑거에게) 혹시 자신의 연주에 영향을 준 국내-해외 연주자가 있다면.

비엔나핑거 사실 뻔한 대답이긴 한데, 기타에서는 그린 데이(Green Day)의 빌리 조 암스트롱(Billy Joe Armstrong)처럼만 하는 것, 그러니까 매우 정교한 테크닉 같은 게 없어도 정말 본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만큼의 무대를 할 수 있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에게 많이 영향을 받았고, 슬래시(Slash)나 스매싱 펌킨즈(Smashing Pumpkins)의 빌리 코건(Billy Corgan) 등이 내가 매우 좋아하는 기타리스트다. 국내에서 나처럼 보컬과 기타를 다 소화하는 뮤지션으로는 이용원(GUMX/Sonic Stones)이 롤모델이다.

 

각자 앨범에서의 베스트 트랙을 한 곡씩만 골라준다면.

비엔나핑거 ‘튜토리얼’, 아니면 ‘놀이터’다. 사실 뮤지션들은 노래 만들어 놓고 자기 노래는 나중에 지겨워서 안 듣게 되지 않나. 근데 초반에 스케치하면서 정말 많이 들었던 노래가 ‘튜토리얼’이었다. 물론 ‘놀이터’의 경우는 앨범을 내고 나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됐지만, 개인적으로 만들고 나서 스케치 단계에서 가장 많이 듣고 펑펑 울었던 노래는 ‘튜토리얼’이다. 그래서 애착이 가장 많이 간다. 타이틀곡이지만 사실 기대했던 만큼의 활동을 못 했기에 내게 약간은 아픈 손가락 같은 노래다. 

송쁘띠 너무 고르기 어려워서 하나씩 머릿속에 재생을 해봤는데, 사실 멜로디가 좋다는 점에서 그냥 대중적으로 좋아하는 곡을 고르자면 ‘튜토리얼’ 아니면 ‘놀이터’를 고를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생 GCD’가 가장 좋다. 내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니까(웃음). 그래서 개인적 욕심을 담아 고른다면 ‘인생 GCD’가 더 끌린다. 엔딩에 담긴 과격한 멘트가 가사지엔 실리지 않았던 그 포인트도 너무 맘에 든다.

유유 ‘파괴왕’이다. 일단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의 느낌이기도 하고, 가사도 내 스타일이다. 내가 약간 ‘파괴적인’ 인간이어서... 보통 스트레스를 받을 때 질리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앨범 내고 녹음하면서 많이 들었고, 음반이 나오고도, 연주를 맨날 하는 데도 들을 때마다 신나고 좋다. 다들 좋아서 고르기 어렵긴 하지만, 난 ‘파괴왕’이 제일 좋다. 

 

이제는 활동 시기에 TV 음악 방송에 나가는 모습도 슬슬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인디록 밴드 중에서 그래도 공중파 TV 음악 방송 무대에 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밴드가 된 것 같은데,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비엔나핑거 사실 EP 발매 타이밍에 우리가 일본 일정을 소화해야 했던 게 좀 아쉽다. 홍보나 이런 것들에 있어서 아무래도 소속사가 너무 작고, 할 수 있는 마케팅이나 홍보 수단이 사실 없었기에 그런 점들이 되게 아쉽다고 할까. 나름 아웃풋을 열심히 해서 만들어 놨는데 그 콘텐츠들을 활발히 활용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그래도 (이렇게 공중파 가요 프로그램에) 나간 것은 나름 그 활로를 개척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우리 같은 밴드들이 아예 안 나왔었지 않나. 근데 우리의 출연을 기점으로 해서 걸밴드들도 최근 더 많이 등장하고 있고, 비록 밴드에게 좋은 무대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이런 음악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보게 하는 도구로 (케이팝 아이돌들이 주로 나오는) 방송 출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라이브 무대가 아닌 TV 음악 방송에 출연할 때 가장 힘든 부분이나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송쁘띠 대기실 안에 갇혀서 화장실 가는 거 말고는 갈 데가 없다. 근데 대기해야 할 시간이 너무 길다. 

비엔나핑거 대기하면서 맥주를 못 먹는다(웃음). 진짜 대기하면서 맥주 1잔을 못 먹게 하니까 너무 힘들다.

송쁘띠 핸드폰 하나 잡고 그냥 그 안에 계속 있어야 한다. 

비엔나핑거 그래도 난 재미있었다. 우리가 막 그런 무대에 긴장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나는 오히려 다른 아이돌 그룹도 구경하러 돌아다니고,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재밌다. 

송쁘띠 그리고 어색한 게 또 하나 있는데, 아이돌 그룹은 신인이라고 해도 뭔가 자기들끼리 서로서로 챌린지 찍어주고 이런 문화가 있지 않나. 대기실 복도를 지나다 보면 서로 열심히 찍고 있다. 근데 우리는 그럴 일이 없어서 좀 외롭더라. 그래도 또 반대로 출연자 중에 아이돌 계열 밴드 분이 있으면 보통 우리의 순서가 같이 붙게 된다. 서로 처음 보는 친구들인데도 서로 응원을 보낸다.  

비엔나핑거 그건 내가 먼저 주접을 떨어서 그럴 수도 있다(웃음). 내가 먼저 “아, 노래 좋은데요?” 이러면서 말을 걸어주니까 그 친구들도 “선배님 멋있습니다!”라고 말해주더라. 그런 식의 약간 재미있는 상황도 생긴다. 이러고 있으면 그쪽 소속사 스태프들이 이상한 눈으로 많이 쳐다본다(웃음). 

 

지난 3월 말에는 일본에도 공연을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다. 첫 해외 공연의 경험은 어땠는지, 앞으로도 해외 진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비엔나핑거 처음은 아니고 몇 번 갔다 오긴 했는데, 사실 회사에서 일본 밴드들 쪽과 교류할 기회가 만들어졌다고 해서 그들이 먼저 여기 한국에 와서 공연했고, 우리도 그에 대한 보답으로 공연하러 갔던 것이다.  

송쁘띠 특별한 목적은 따로 없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일본 밴드 언니 오빠들이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 한국 와서 공연한 일본 밴드 중에서 그렇게 한국어 공부한 상태로 온 이들은 처음 봤다. 나름 일본 내에서는 여러 밴드의 경력파 멤버가 한 명씩 모인 팀이었다. 예를 들어 베이시스트가 엘르가든(Ellegarden)의 베이시스트였다.  

비엔나핑거 같이 공연했지만 사실 장르가 우리와 맞는 팀은 아니었기에 그 일본 밴드에게 우리가 어떤 시너지를 줬을지, 우리 무대를 일본 팬들이 어떻게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 해외로 공연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 갈 때마다 팬이 생기니까. 

송쁘띠 다른 일본 공연에서의 경험을 기억해 보면, 일본 관객의 특징이 진짜 반응이 없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 갔을 때는 그래도 관객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다. 

비엔나핑거 어쨌든 자주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일본에는 걸즈 록 밴드가 많기에 오히려 평범하게 볼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거기서도 우리 같은 팀은 매우 독특하게 보더라. 그래서 거기서도 우리의 존재가 좀 유의미했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현지 관계자들이 굉장히 눈독을 들이더라. 일본 매니지먼트 쪽에서 내가 되게 어린 줄 알고 좋아하더라. 나를 완전 ‘가와이 걸’로 보던데...(웃음).

 

파라노이드 독자들과 피싱걸스의 팬들에게 2024년 향후 피싱걸스의 활동 계획과 인사말을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비엔나핑거 일단은 (소규모 클럽) 공연 계획은 계속 있지만, 대신 큰 이벤트는 지금은 없는 상태다. 그래서 아마 올해는 틈틈이 곡 작업을 더 하고, 남은 기간에는 좀 더 퀄리티를 높이면서 녹음을 열심히 하고 있지 않을까? 사실 미리 작곡을 많이 해두기보다 “이제 신곡을 써야겠다.”하면 쓰는 타입인데, 지금은 일단 구상해 놓은 것들이 많아서 아마도 금방금방 좋은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유유 이번에 단독 공연 끝나면서 느낀 게 많았는데, 가장 늦게 밴드의 멤버로 들어와서 시간이 흘러 돌아보니까 팬들의 사랑이란 당연한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서 항상 감사하고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고, 같이 즐겁게 오래오래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늘 관심 가져주면 좋겠다. 특히 내게!(웃음)
비엔나핑거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실 팬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오랜만에 단독 공연을 했더니, 예전부터 팬이었던 분들이 오셔서 아는 사람이 하나도 안 보인다면서 속상해하더라. 실제 ‘집 나간 팬들’이 정말 많았으니까. 그래서 나도 “다들 돌아와라. 모른 척해 주겠다. 언제든 돌아오면 내가 용서할게. 다들 먹고살기 힘드니까 그랬겠지. 내가 두 팔 벌려 환영할 테니, 다들 돌아와!”라고 말했다. 다들 건강하게, 우리도 어찌 됐든 간에 계속 포기하지 않고 음악을 해나가고 있으니까 팬분들도 포기하지 말라고, 계속해서 우리와 건강하게 즐겼으면 좋겠다.
송쁘띠 항상 우리가 힘들 때 더 힘들어해 주고, 기쁠 때도 더 기뻐해 주는 이런 분들이 우리의 팬들이라서 되게 고맙고, 감사하다. 이번에 단독 공연을 하면서 더 그걸 더 크게 느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분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분들이 ‘지속 가능한 덕질’을 할 수 있도록...

비엔나핑거 그걸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 올해가 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뮤지션도, 팬들도 다들 지치지 않고 즐겁게 음악을 하고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 우리가 가장 크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변화도 약간 있을 것같고, “‘지속 가능한 덕질’과 록 음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을 해 볼테니, 현재 우리 팬이 아닌 독자분들도 피싱걸스에 빨리 입덕해주세요! 노력하겠습니다!” 

송쁘띠 “우리는 공연 보러오신 분들과 사진 찍어드리는 거 너무 좋아하니까 걱정하지 말고 언제든지 다가오세요!”

 

 

피싱걸스(Fishingirls) EP 발매 단독 공연 ‘Visible World: Raid’

일시: 2024년 4월 6일 (토) 오후 6시 장소: 롤링홀 취재, 글, 사진 김성환 대한민국의 록 음악 신에서 피싱걸스(Fishingirls)의 위치는 꽤 독특하다. 단순히 여성 멤버들로만 구성된 ‘펑크 팝’

www.paranoid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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