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된 지면으로 파라노이드 38호 기사에 모두 싣지 못한 인터뷰 전문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다.
인터뷰, 정리 송명하
지난 앨범이 ‘입문자용 하드로크’였는데, 이번 앨범은 중급이나 심화학습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나.
이교형 아니다. 플라잉독의 장르는 언제나 ‘입문자용 하드로크’다. 그러나 이번 2집 곡 작업을 시작할 무렵 ‘고급자용 하드로크’, ‘입문자용 헤비메틀’같은 콘셉트를 염두에 두긴 했다. 언제나 나는 ‘Enter Sandman’, ‘Back In Black’, ‘Here I Go Again’같이 본질에 충실하지만 모두가 듣기에 무리 없는 하드록/헤비메탈을 만드는 게 목표다.
권함 중급 정도가 되지 않을까? 지난 앨범은 입문 장벽을 낮추려는 의도로 만들었지만 이번 앨범은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만들었다. 그래도 지난 앨범보다 딱히 어려울 것 같지는 않은데, 많은 분이 듣고 즐겨 주시면 좋겠다.
오랜만에 발표하는 두 번째 정규앨범이다. 앨범을 제작하며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
이교형 연주로 한 칼을 보여주는 것보다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무리수 안 두고 100%를 뽑아내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은 일종의 졸업 발표회처럼 내가 쌓아왔던 것을 다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권함 새로운 시도보다도 우리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에 ‘올인’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 물론 신스 사운드를 가미해 보는 등의 시도는 있었지만, 시도를 위한 시도(?)를 하지 않았다.
스스로 녹음실을 만들어 그곳에서 작업한 걸로 알고 있는데, 이런 녹음의 장단점이 있다면.
이교형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이 같은 이유인데, 될 때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녹음실이 집이랑 가까우니 거의 모든 보컬 녹음은 노래 몇 번 불러보고 잘 안되면 퇴근했다가 다음 날 다시 녹음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보다 여러 번 부를 수 있어서 유리했다. 그렇지만 기간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큰 스트레스였다. 녹음 초반부에 부른 노래와 후반부에 부른 노래가 2~3년 터울이 있다 보니 노래 스킬도 녹음 스킬도 장비도 업그레이드 돼서 초반부에 불렀던 노래 몇 곡은 완성됐지만 후반부 녹음한 곡들과 퀄리티 차이가 나서 다시 불렀다. 가지고 있는 앰프와 기타들, 마이크 여러 대와 프리앰프를 이용해 이 조합 저 조합으로 수십 트랙을 쌓아놓고 최고의 조합을 찾은 것도 한세월 걸렸다. 그래서 무슨 곡에 무슨 기타, 앰프로 쳤는지 모른다. 소리를 들어보고 추측해 볼 뿐이다(웃음). 음향 공부를 직업 엔지니어처럼 공부한 게 아니라 독학으로 했기 때문에 악기녹음을 다시 했다면 연주적인 문제보다 기술적인 문제가 발견돼서 녹음을 다시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고의 녹음 장비로 최고의 엔지니어와 녹음을 진행한 게 아니기 때문에 음향적으로 놓친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빼놓지 않고 다 해서 힘들었지만 매우 만족하는 작업이었다.
권함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어서 좋다. 원하는 날짜에 아무 때나 녹음할 수 있고, 테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몇 번이고 재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전체 소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오마주’라는 타이틀과 재킷 아트워크만 보고 수록곡도 한 곡 한 곡 노골적으로 해외의 한 밴드씩을 떠올리게 만들지 않을까 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뭔가 좀 복합적이라고 생각하며 들었고 결국 지난 앨범의 스타일을 이어간다는 느낌이다.
이교형 노골적으로 녹여낼 생각은 없었고 한 곡 한 곡 레퍼런스는 존재한다. 여기서 그 곡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싶진 않고 들어보고 예상되는 밴드나 곡이 있다면 나에게 이 밴드가 맞냐고 직접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내가 생각하고 작업한 그 곡을 맞춰준다면 원작자로서 굉장히 기쁠 것 같다. 맞추신 분과 곡을 만든 나의 유대감 같은 것도 생길 것 같다. 당연히 3인조 밴드에서 스타일이 다양하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나? 곡마다 스타일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자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권함 확고한 대상을 설정해 두고 모방이나 재현한 것은 아니다. 청자가 어떠한 느낌을 받았다면 그 느낌이 맞는 것이고, 어떠한 밴드나 스타일을 떠올렸다면 그 또한 정답이다. 모범답안이 없는 주관식 서술형 문항과도 같은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제 와서 어디 다른 데를 가겠나, 지난 앨범의 스타일을 이어 가는 것이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전작의 ‘한양부기’도 그렇고 이번 앨범의 ‘취’도 그렇고 전통악기는 물론 리듬과 멜로디를 접목했는데, 원래 전통음악에 관심이 있나.
이교형 원래 전통음악에 관심 있었냐는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한양부기’는 다운(Down)이나 커러전 오브 컨퍼머티(Corrosion Of Conformity)같은 스토너 밴드나 초기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음악을 들으며 리프가 국악 같다는 느낌에서 시작했다. 가사는 심청가와 춘향가를 여러 번 듣고 참고를 많이 했다. ‘취’는 ‘한양부기’ 작법의 연장선 같은 노랜데 국악 느낌을 주고 싶다는 생각보단 박연희 누나와 조금 더 깊게 작업해 보고 싶은 생각에 작업을 했다.
많은 동료 음악인이 참여했다. 애초에 곡을 만들면서 곡마다 연주할 인물을 머리에 떠올렸던 건가.
이교형 애초에 만들면서 염두 한 사람은 박연희 누나(가야금)와 황린 밖에 없는 것 같다. 나머지는 편곡하면서 떠오르는 사람에게 연락했다. 나는 예전부터 기타 솔로를 만들때 내가 생각한 기타리스트의 가장 잘 쓰는 프레이즈를 중간에 뜬금없이 넣는다(이것도 일종의 오마주다). 2017년 제바다방 컴필레이션 음반에 수록된 ‘로큰롤매거진’에는 황린(ABTB, KARDI)이 가장 자주 쓰는 프레이즈가 들어가 있어서 2집에 재녹음할 때 기타 솔로는 꼭 황린에게 부탁해야지 생각했다.
참여한 동료에게 특별히 연주의 방향 같은 걸 주문한 게 있나.
이교형 같이 작업하는데 “내가 만든 악보대로 쳐 주세요”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거면 그냥 내가 연주하는 게 낫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곡에서 꼭 지켜야 하는 섹션만 주문했고 모두에게 “플라잉 독 스럽게 말고 본인답게 쳐달라” 부탁했다.
권함 드러머에게는 마음 가는 대로, 창의적으로, 시원하게 쳐달라고 했던 것 같다. 기타에게는 내가 베이스로서 철저히 깔아주는 역할에 집중할 테니...
‘로큰롤매거진’은 혹시 <핫뮤직>을 말하나.
이교형 곡의 원작자인 우리 디자이너 우정훈(음악 예명 유원지) 형님도 <핫뮤직>을 생각하셨다고 했다. 나 역시 내 인생 첫 번째 음악 잡지는 <핫뮤직>이었고 <핫뮤직> 이후로는 <파라노이드> 밖에 없으니 송명하 편집장님을 향한 곡이 아닐까(웃음). 어느 정도 진심.
권함 군대에서도 꼬박꼬박 읽었고, 당시 친했던 중대 간부가 마침 록/메탈 팬이라 당직 설 때마다 빌려서 읽기도 했다. (송X훈 중사님 잘 지내시죠?)
이번 앨범을 제작하며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
이교형 2020년에 녹음을 다 한 상황에 드러머가 나가버려서 녹음을 처음부터 다 다시 했다. 그 전엔 1년 걸려 녹음했는데 객원 멤버와 맞추느라 다시 녹음하는 데 꼬박 4년이 걸렸다.
권함 앨범 구상과 들어간 시점은 팬데믹 이전이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을 바랐지만, 막상 각 잡고 작업을 하려던 차에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서 수렁에 빠진 듯이 모든 것이 느릿느릿 힘들었다. 밴드에게 주기적으로 자극이 되어 주는 공연이 줄어드니 창작 활동에도 영향을 끼쳤다. 내 경우에는 개인사까지 겹쳐서 적극성과 활동성이 바닥을 치기도 했다.
멤버 각자 앨범에서 특별히 추천하는 곡이 있다면 어떤 곡이고, 그 이유는 무언가.
이교형 ‘아끼면서 주는 나무’를 추천한다. 이 곡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이 욕하니 나도 일단 욕하고 보는 ‘마녀사냥’, ‘캔슬 컬처’에 대한 분노다. 지금 2024년에 가장 필요한 곡이지 않나 싶다.
권함 ‘실크 로드’를 가장 좋아한다. 사운드가 적당히 묵직하고, 가사와 진행이 시원시원한 느낌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가슴 속 여기저기를 두드려 주는 마사지와도 같다.
(이교형에게) 상당히 어린 나이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서 이제는 꽤 연륜이 쌓인 로커가 됐다. 그때와 지금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게 있다면.
이교형 어릴 땐 “나 기타 이렇게 잘 쳐”를 보여주고 싶었다. 내 곡이 아니라 유명한 기성곡들을 연주해도 환호만 받으면 됐었던 것 같다. 그때는 최고의 록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다면 지금은 좋은 곡을 많이 만들고 발표하는 좋은 프로듀서, 밴드맨이 되고 싶다.
현재 드럼이 공석이다. 영입 계획은 어떻고, 이후 공연은 누구와 함께 진행하게 되나.
이교형 좋은 드러머가 있다면 언제든 환영이다. 우리나라에 드러머는 많지만 좋은 록 드러머는 거의 없다. 좋은 록 드러머가 이 글을 보고 가슴이 뛴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연락을 주기 바란다. 공연 진행은 당분간 좋은 록 드러머 동이혼의 에스더가 해 줄 예정이다.
질문 외에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이교형 인터뷰에 이 앨범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 이야기를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피처링해준 연주자 선후배 동료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그리고 완전하지 못한 재료들로 최선을 다해 후반작업을 해주신 우리 엔지니어 안세운 기사님과 언제나 내 밴드다 생각하며 내 의도를 최대한 표현해 주시는 우정훈 디자이너님에게 특히 더 감사함을 표한다.
마지막으로 파라노이드 독자에게 메시지를 부탁한다.
이교형 좋은 앨범 만들려 노력 많이 했습니다. 아직 안 들어보셨다면 꼭 한 번씩 플레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뮤직비디오에 신경 많이 썼으니 ‘그런 날’과 ‘끝이라는 생각으로’ 뮤직비디오는 꼭 시청 부탁드립니다!
권함 앨범 사이의 공백이 너무 길어서 민망하기도 한데, 그래도 2집을 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앨범 많이 들어주길 바란다. 많은 분의 노고를 들여 정성껏 만든 뮤직비디오도 유튜브에서 감상하시길!
FLYING DOG, 유쾌함 속에 묻어나는 강렬한 연주력
글 조일동 | 사진 서타이거 래트Ratt는 발라드 한 곡 없이 전성기 내내 “노올~자”를 외치며 달려 나갔다. 그렇다고 그들의 연주가 허술하거나 단순한 것도 아니었다. 연주 스타일을 떠나서 시종
www.paranoidzine.com
Flying Dog, 뛰는 개는 행복하다. 나는 개는 더 행복하다.
기타리스트 이교형을 만난 건 벌써 다섯 번째다. 처음엔 사혼의 멤버였고, 그 뒤 이프리트, 원, 그 뒤엔 지하드의 베이시스트였다. 개성 강한 멤버들 아래서 그 밴드를 서포트하는 입장에서 자신
www.paranoidzine.com
'MONTHLY ISSUE > ISSUE NO. 38' 카테고리의 다른 글
ROLLING QUARTZ, “우리는 나날이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밴드가 되고 싶다.” (0) | 2024.08.17 |
---|---|
NUCLEAR IDIOTS, 음악밖에 없는 ‘핵바보들’의 순수 회귀 (0) | 2024.08.17 |
STORM, 오랜 노력의 산물인 정규 1집을 드디어 공개한 ‘궁극의 스피드메탈’ 밴드 (0) | 2024.08.17 |
MANIAC KINGS, 클래식록과 얼터너티브 사운드를 자양분으로 한 흥겨운 로큰롤 파티 (0) | 2024.08.17 |
FISHINGIRLS,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 세상에 대해 ‘FXXK YOU’라고 말해보고 싶었다.” (0) | 2024.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