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THLY ISSUE/ISSUE NO. 38

EXIT EDEN, 매혹을 넘어 매력적인 창작곡을 가미한 글 고종석 비가 내린 후 볕이 내리쬐는 지방의 어느 카페였다. 얼음이 유독 많이 담긴 커피는 검붉은 색감 못잖게 텁텁했다. 후더운 바깥 공기와 다름없는 실내 온도는 서서히 짜증을 불러냈다. 음악과 거리가 먼 듯한 인테리어, 그럼에도 나지막하게 흐르는 음악은 저니(Journey)와 CCR, 케니 지(Kenny G)를 지나 낯익은 멜로디에 이르고 있었다. ‘Total Eclipse Of The Heart’였다. 노래방에서도 쉽게 부를 만큼 너무 많이 듣고 흥얼거리던 곡이다. 올라오던 짜증이 가득 찼기 때문일까. 음을 따라가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이 곡, 원곡이 아니다. 뭔가 다르다.”, “미트 로프(Meat Loaf)가 다른 가수와 듀엣으로 불렀나?” 조금 더 유심히 듣던 곡의 목소리는 조 카커(J.. 더보기
THE SMILE, 라디오헤드 공백을 지운 탄탄한 행보 글 윤태호 2016년 [A Moon Shaped Pool]을 발표하고 2년간 투어를 펼친 라디오헤드(Radiohead)는 6년째 멈춰있다. 하지만 모든 멤버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조니 그린우드(Jonny Greenwood)와 톰 요크(Thom Yorke), 그리고 선즈 오브 케멧(Sons Of Kemet)의 톰 스키너(Tom Skinner)가 스마일(The Smile)로 라디오헤드 세계를 확장해 공백을 체감하기 어렵다.답답했던 록다운 시기에 조니가 리프를 만들며 시작한 프로젝트답게 스마일의 작업 속도는 라디오헤드보다 빠르다. 지난해 6월에 선공개한 ‘Bending Hectic’은 확실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조용한 포크 같은 출발점에서 위태로운 지점을 향하는 8분대의 대담한 곡이다. 디스토.. 더보기
LIAM GALLAGHER JOHN SQUIRE, 스톤 로지스에 녹아든 오아시스 글 윤태호 1988년, 맨체스터 클럽에서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공연을 관람한 16살 소년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는 “나도 저런 멋진 밴드를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다. 근처에 있던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도 그랬다. 그 시절 영국 청년들 마음을 사로잡은 스톤 로지스의 영향력은 오아시스(Oasis)가 데뷔한 1990년대 초에도 유효했다.두 장의 앨범으로 전성기를 맞은 오아시스는 1996년 여름 넵워스 파크에서 이틀간 공연했다. 그들이 첫 앙코르로 ‘Champagne Supernova’를 연주할 때 게스트로 초대한 존 스콰이어(John Squire)가 함께 무대에 섰다. 겸손을 모르는 천하의 오아시스가 고개 숙이며 경의를 표한 몇 없는 순간이다. 그리고 .. 더보기
STARSAILOR, 더욱 감성적이면서도 관조적 차분함을 잃지 않는 관록을 담은 새 앨범 글 김성환 2000년대 벽두에 데뷔작 [Love Is Here](2001)로 혜성같이 등장해 2집 [Silence Is Easy](2003)와 국제적으로 인기를 얻었던 히트 싱글 ‘Four To The Floor’로 스타덤에 오르면서 포스트 브릿팝 시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떠올랐던 스타세일러(Starsailor)는 ‘Tell Me Not It’s Over’라는 마지막 히트곡과 4집 [All The Plans](2009)를 끝으로 리드 싱어 제임스 월시(James Walsh)가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무기한 활동 중단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2014년 다시 밴드멤버들은 뭉쳤고, 바로 그해 여름에 두 번째로 한국을 찾아 인천펜타포트록페스티벌의 메인 스테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후 꾸준히 공연으로 세계를 다니.. 더보기
PEARL JAM, 그런지의 시작과 진화, 전설로 기록되고 있는 글 고종석 그런지의 시작점부터 신을 점령한 펄 잼데뷔 35년을 맞이한 펄 잼(Pearl Jam)의 호흡에는 그런지와 얼터너티브메탈의 개척자로 알려진 마더 러브 본(Mother Love Bone)의 맥이 함께 뛰고 있다. 사운드가든(Soundgarden)과 너바나(Nirvana), 펄 잼은 1990년대 헤비메탈의 신기원을 열었던 얼터너티브와 그런지 사운드를 상징한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덧입혀지는 밴드가 마더 러브 본과 앨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다.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1970)과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1970), 짐 모리슨(Jim Morrison)의 연이은 죽음처럼 그런지 신에도 드리워졌던 어두운 그림자는 마더 러브 본의 앤드류 우드(Andrew Wo.. 더보기
THE BLACK KEYS, 블루스/개러지록의 정통과 화려한 게스트의 참여로 신선함을 더한 신작 글 박현준 블랙 키스(The Black Keys)의 신작 [Ohio Players]는 두 멤버 댄 아우허바크(Dan Auerbach)와 패트릭 카니(Patrick Carney)의 블루스록 음악에 관한 애정과 탐구의 여정이 현재진행형임을 보여주고 준다. 2019년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 2024년 5월까지 무려 3장의 앨범을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팬데믹 바로 전, 당시로서는 5년 만의 싱글 ‘Lo/Hi’가 발매됐고, 4월 25일 두 번째 싱글 ‘Eagle Birds’를 발매하며 기대감을 높인 데 이어 ‘Lo/Hi’로 밴드로서는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스트림록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렇게 순항할 것 같았던 9집 [Let's Rock](2019)에서 세 번째 싱글 ‘Go’를 발매한 뒤 팬데믹으로 모.. 더보기
THE BLACK CROWES, 가장 미국적인 록을 구사하는 로빈슨 형제의 세 번째 동행의 첫 결과물 글 김성환 크리스 로빈슨(Chris Robinson)과 리치 로빈슨(Rich Robinson) 형제를 주축으로 1984년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결성된 록 밴드 블랙 크로우스(The Black Crowes)는 한창 빌보드 싱글 차트가 대중화된 헤비메탈과 댄스팝, 그리고 알앤비 음악으로 도배되던 1990년대 벽두에 홀연히 등장했다. 그들은 미국 남부 사운드의 전통–블루스, 컨트리-에 기반한 하드록 사운드를 들려주면서 데뷔작 [Shake Your Money Maker](1990)와 함께 싱글 ‘She Talks to An Angel’과 ‘Hard to Handle’로 당시 큰 대중적 인기를 모았다(이런 류의 사운드를 서구 평론가들은 소위 ‘American Trad Rock’(한때 국내에선 ‘루츠록’이라고 불.. 더보기
THE LUNAR EFFECT, 거를 선수가 없는 다이너마이트 타선처럼 인상적인 트랙으로 채워진 앨범 글 송명하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해산 이후, 우린 계속해서 동시대의 레드 제플린을 갖고 싶어 했다. 1980년대에 패스트웨이(Fastway), 킹덤 컴(Kingdom Come)이 있었다면 1990년대에는 그레이트 화이트(Great White)가 있었고, 2000년대와 2010년대의 앤서(The Answer), 라이벌 선즈(Rival Sons), 그레타 반 플릿(Greta Van Fleet), 스콜피온 차일드(Scorpion Child) 등 많은 밴드에게 우리는 ‘제2의 레드 제플린’과 같은 수식어를 붙이면서 그들의 음악을 한정시켜 왔다. 언급한 밴드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블루스의 기반을 둔 1970년대 풍 하드록이다. 물론 이러한 음악을 설명할 때 레드 제플린이라는 밴드가 대표적이란 건 의.. 더보기
THE WARNING, 멕시코의 영재 세 자매 트리오가 성장해 들려주는 멜로딕 하드록의 매력 글 김성환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결성된 밴드 워닝(The Warning)은 빌라레알 벨레즈(Villarreal Vélez) 가문의 세 자매–다니엘라(Daniela 기타, 보컬, 피아노), 폴리아나(Paulina 드럼, 보컬, 피아노), 그리고 알레한드라(Alejandra 베이스, 백보컬, 피아노)-로 결성된 트리오다. 세 자매는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를 유년 시절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특히 알레한드라가 베이스를 연주하기 시작한 건 7살 때였다고 한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함께 연주하면서 2013년 함께 트리오를 결성했다. 그리고 리듬 게임인 록 밴드(Rock Band)에서 나오는 음악으로 록 음악을 접하면서 그 장르에 매료되었고, 자신들의 합주를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직 아마추어였던 201.. 더보기
WHOM GODS DESTROY, ‘아무튼’ 항성이 된 슈퍼밴드 글 허희필 훔 갓스 디스트로이(Whom Gods Destroy)는 ‘신에 맞서는’ 팀명만큼이나 거대하게 조직된 밴드이다. 왜 거대한가. 사운드를 짜는 일원들 모두가 일급에 의한, 일급을 위한 주자들이기 때문이다. 드림 시어터(Dream Theater) 출신의 데렉 세리니언(Derek Sherinian 키보드)과 슈퍼 세션에 있어 역력한 의식을 띤 론 탈(Ron "Bumblefoot Thal" 기타)이 바탕을 다지고 결의하였다. 론에게는 선스 오브 아폴로(Sons of Apollo)와 아트 오브 아나키(Art Of Anarchy)를 잇는 담대한 기획이다. 여기에 화이트스네이크(Whitesnake)의 태자(太子)로 ‘책봉’된 크로아티아의 디노 젤루식(Dino Jelusi큓 보컬), 10년째 앙그라(Angra.. 더보기